정부 경제정책의 흐름을 거슬러 움직이는 일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
물가 상승은 누구나 체감하지만, 집값 급등이나 대출 규제 같은 문제는 나와 크게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며칠 동안 거시경제와 금융정책이 개인의 삶과 선택을 얼마나 크게 좌우하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사를 결정하다
2026년 6월, 우리 가족은 이사를 결정했다.
맞벌이 부부와 아이 한 명으로 구성된 세 식구다. 수도권의 소형 구축 아파트에서 약 10년을 살았다. 아이도 점점 커가고 있어 조금 더 넓고 좋은 집으로 옮기고 싶었다.
주변에서 몇 억 원씩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에, 대출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6월 중순, 이사할 집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LTV와 DSR을 고려해 예상 대출 한도를 계산했고, 네이버 대출계산기로 월 상환액도 확인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약 4~5%였기 때문에 5억 원 정도를 대출받으면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잔금일은 9월 15일이었다. 은행마다 대출 신청이 가능한 시점은 달랐다.
- KB국민은행: 실행일 50일 전
- 신한은행: 실행일 2개월 전
- 우리은행: 실행일 2개월 전
- 하나은행: 실행일 1개월 전
- IBK기업은행: 실행일 1개월 전
갑자기 줄어든 대출 한도

7월 10일부터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축소된다는 내용이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잔금일이 9월 15일이라 다른 은행에는 아직 대출 신청을 할 수 없었다. 신청 가능일까지 닷새를 더 기다려야 했다.
7월 16일 오전, 미리 상담을 받아둔 우리은행으로 향했다. 당시 안내받은 조건은 최대 6억 원, 6개월 변동금리 연 4.58%였다.
그런데 지점의 대출 한도가 이미 소진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갑작스럽게 공문이 내려와 이날부터 지점별 월간 대출 한도가 10억 원으로 줄었고, 해당 지점은 이미 한도를 모두 사용했다고 한다.
급히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인근 지점 두 곳도 마찬가지 한도 초과. 월간 한도가 10억 원이라면 대출 신청자 두세 명만 있어도 소진될 수 있는 것.

다른 금융기관을 찾아다니다
비상사태였다. 우리는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금융기관들을 급히 찾아다녔다.
N은행
비대면 6개월 변동금리: 연 4.99%
지점 신청 금리: 연 5.84%
상담 직원은 연초에 금리 조건이 좋아 대출 실행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대출은 하루에 접수할 수 있는 총액이 제한돼 있어 신청하려면 새벽에 빨리 접수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만 비대면 대출은 전자등기가 가능해야 했는데 우리는 매도인 사정으로 대면등기만 가능해 여긴 불가.
S금고
변동금리: 연 3.89%
최대 한도: 3억 원
기존 주택의 매도 잔금일이 새로 구입하는 주택의 잔금일보다 빠르거나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우리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불가.
S생명
5년 고정금리: 연 5.38%
최대 한도: 6억 원
7월 20일에 9월 실행분 한도가 추가로 배정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I은행
금리: 연 6.15%
우대금리: 최대 0.4%포인트
예상 한도: 매매가격 기준 약 6억 원
신청 가능 시점: 실행일 1개월 전
상담 직원은 한 달 뒤에는 대출정책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 현재의 금리와 한도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틀린 말이 아니었다.
I은행은 담보주택이 있는 행정구역의 관할 지점에서 신청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S은행
5년 고정금리: 연 5.29%
변동금리: 연 4.95%
KB시세 기준 예상 한도: 5억 8,900만 원
신청 가능 시점: 실행일 2개월 전
금리는 우대조건을 모두 적용한 수치였다.
(전자계약: 0.3%포인트, 급여이체: 0.3%포인트, 청약 또는 적금 자동이체: 0.1%포인트, 카드 3개월간 50만 원 이상 사용: 0.2%포인트
총 0.9%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S은행은 이날 바로 신청할 수 있었고, 아직 대출 한도도 소진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 달을 더 기다렸다가 다른 은행에 신청하면 그사이에 총량 규제가 얼마나 강화될지 알 수 없었다.
우리의 잔금일은 월 중순이었다. 월초에 대출 신청자가 몰리면 은행별 한도가 먼저 소진돼 대출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결국 바로 신청할 수 있는 S은행으로 향했다.
S은행 주택담보대출 신청 과정
점심을 먹을 시간도 없이 주민센터로 달려가 부족한 서류를 발급받았다. 이후 S은행에서 오랜 대기 끝에 대출 신청을 시작했다.
S은행에서는 별도의 공간에서 대출 전문 직원과 화상으로 상담과 신청을 진행했다.
그러나 S은행과 거래한 이력이 전혀 없어 먼저 일반 창구에서 입출금통장을 만들어야 했다.
통장 개설도 간단하지 않았다.
최근 한 달 이내에 다른 금융기관에서 계좌를 만든 이력이 있으면 신규 계좌 개설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한 정책으로 보였다.
문제는 최근에 모임통장을 개설했다는 점이었다. 해당 계좌를 먼저 해지해야 했다.
모임통장을 해지하려고 비밀번호를 입력했지만 계좌마다 비밀번호를 다르게 설정해둔 탓에 다섯 번이나 틀렸다. 다시 본인인증을 하고 비밀번호를 재설정하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렀다.
별것 아닌 일까지 속을 썩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침착하게 기다려준 직원이 고마울 정도였다.
겨우 입출금통장을 만든 뒤 다시 화상 대출창구로 이동했다.
S은행 앱을 새로 설치하고,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 카드와 적금통장도 개설했다. 겉보기에는 간단한 절차였지만 실제로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은행 업무가 끝나는 오후 4시가 다 돼서야 대출 신청을 마칠 수 있었다.
평소에는 대출심사에 약 1~2주가 걸리지만, KB국민은행의 대출 한도 축소 이후 신청자가 몰려 최대 한 달까지 걸릴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서류도 달랐다.
우리는 1주택자였기 때문에 기존 주택의 매도계약서와 계약금 영수증, 계약금 입금내역을 제출해야 했다. 이후 등기접수증이나 정리가 완료된 등기부등본도 앱을 통해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다
7월 10일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줄었다.
이어 7월 16일에는 우리은행의 지점별 대출 한도가 월 10억원으로 축소됐다.
그 정책의 직격탄을 우리가 맞게 될 줄은 몰랐다.
앞으로 대출 여건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리가 더 오르거나 대출 총량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전월세와 신규주택 공급 부족, 유동성 증가 등의 영향으로 주택시장 상승세가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정부정책은 대출 규제와 같은 수요 억제에 집중돼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기존 집을 팔고 새로운 집을 사는 사람이나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개인이 겪는 어려움은 매우 크다는 것을 직접 체감하니 많은 사람들이 심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연초에 움직여 거래를 마쳤다면 지금보다 대출 규제가 덜했고, 더 낮은 가격에 좋은 집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즉 부동산시장과 대출정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내가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부를 이루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경제와 정책의 흐름을 몰라 불필요한 고통을 겪는 일은 다시 만들고 싶지 않다.
지금 시작하기에는 늦은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은 내려놓기로 했다. 앞으로는 내 상황에 맞는 자산계획을 세우고, 시장의 흐름을 읽는 눈을 조금씩 키워가려 한다.